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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 약을 버리시나요? 수컷 물고기 알 낳습니다.

공감이슈 2024. 12.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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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서울의 한 연구소가 100병이 넘는 화학약품을

하수구에 버리면서 시작됩니다.

https://youtu.be/QxEy5DQ7U9U

 

이로 인해 괴물이 된 물고기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죠.

이는 인간이 무심코 벌인 일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교훈을 전달합니다.

 

이런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날 것 같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슷한 일을

나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는데요.

 

바로, 먹다 남은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행동입니다.

 

실제로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약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폐의약품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배출한다는 응답은 55%나 되었습니다.

 

2019년 정책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죠.

(약을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

57%, 싱크대나 변기에 버린다.

1.2%, '잘 모른다는 5.6%)

(2019년 정책 연구 2019-21

'환경오염 유발의 폐의약품 처리 실태와

개선에 관한 기초연구')

 

[약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되는 이유]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약은

다른 쓰레기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독성 물질로 변해 환경을 오염시키며,

식수와 식품으로 되돌아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희한한 것은 의약품이

다른 물질과 함께 존재할 때

다른 물질의 독성이 증폭되는 경우가

간혹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최경호 교수-

 

또한 생태계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치죠.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약은 땅속에 녹아들고,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데요.

 

만약 이렇게 버려진 약 중 항생제가 있다면,

하천과 토양 속 미생물들이

이 항생제에 노출이 되어 내성이 강해지고,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함부로 버려진 약은 그 성분에 따라

생태계를 다양하게 교란하는데요.

 

민물로 흘러든 항우울제는

가재에게 전에 없던 '대담성'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각성제인 암페타민은

물에 사는 각다귀류를

미친 듯이 짝짓기 하게 만들어,

개체 수가 89% 증가했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습니다.

 

2012년 프랑스 베르톨레 지역에서는

스테로이드 제조 공장에서 방출된 약물로 인해

공장 주변에 있던 물고기의 60%가

'중성'으로 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피임약과 항우울제 무단 투기로 인해

수컷 물고기 20%가 성전환 되거나,

간성(수컷과 암컷의 특성이 혼합된 성)이 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이렇게 된 물고기들은

정자의 질이 안 좋아지고,

번식 능력이 떨어져

생태계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민물농어는 항우울제를 먹은 뒤, 

포식자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도 있습니다.

 

플로리다의 해양생물에서는 

혈압약, 항생제, 항우울제, 전립선 치료제, 진통제 등

총 58가지 종류에 달하는 약물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었죠.

 

이런 현상은 비단 해외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타났는데요.

 

200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4대 강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수질검사에서는 

항생제, 호르몬제 등의 약 성분이 다량 검출되기도 했으며,

 

2020년 낙동강에서는

뇌전증 치료에 쓰이는

‘가바펜틴’이 미량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정수 과정에서 독성 가능 물질로 변환돼

일부 부산 지역의 수돗물로 공급되 논란이 일기도 했죠. 

 

또한 서울시가 2016년부터

취수장 5곳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항생제와 뇌전증 치료제 성분을 비롯해,

5년간 12종의 의약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일부 약물은

정수 처리를 해도 사라지지 않았는데요.

수돗물과 제품화된 생수에서는

무려 5가지 약물이 검출되었습니다.

(CT 촬영에 쓰이는 조영제 이오파미돌과 이오프로마이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소염제 아세틸실리신산, 

각성제 성분 카페인과 카페인 대사물질인 파라잔틴.)

 

한강 하수에서는

실데나필 등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해당 성분은 아무리 하수 처리를 해도

거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분이 우리 몸에 흡수되더라도

문제 될 정도의 양은 아니지만, 

해당 약물의 체내 농축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어 

장기적인 노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약을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

 

그렇다면, 먹다 남은 약은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약을 폐기하는 올바른 방법은 바로

주변에 있는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주는 것인데요.

 

특히 다음과 같이

어느 정도 정리해서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1. 팩 포장된 물약은 포장 그대로 가져가기

2. 소분된 물약은 한 병에 모아 가져가기

3. 포장된 알약은 모두 깐 뒤, 한 군데 모아서 가져가기

4. 연고 등 바르는 외용제 또한 남은 그대로 가져가기

 

하지만, 약국에 남은 약들을 가져갔더니

눈치를 주거나 정색을 했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요.

 

알고 보니, 약사들에게도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약사회가 협조해서 폐의약품을 받아왔는데,

지자체마다 수거 방침이 제각각이라 갈등이 생긴다."

"폐의약품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것도 성가신데,

지자체에서 2~3달 동안이나 수거해 가지 않아 약사들의 불만이 폭발한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운영 상황이 달라,

시민들이 직접 가까운 약국이나 지역 보건소에

처리 방법을 물어봐야 하는 실정인데요.

 

서울과 세종시, 나주시는

우체통에 약을 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물약은 우편물 오염을 이유로 버릴 수가 없어 여전히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가장 편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반 국민 1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7%가 배출 선호한 장소는 아파트 등의 주거지였고,

30%는 약국과 보건소를 꼽았는데요.

 

이와 같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폐기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더욱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거된 약은 어떻게 처리될까?]

폐의약품으로 수거된 약은 그 후 어떻게 처리될까요?

 

그것들은 폐기업체가 따로 수거해 간 뒤,

전용 소각로에서 850℃ 이상의

초고온에서 소각되는데요.

그 이유는 인간이나 환경에

최대한 유해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맑은 물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열역학 제2 법칙]

'닫힌계에서 엔트로피의 총량은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

 

유용하던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없어지고,

모든 생태계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은 물론

국가적인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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