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입을 열자, 혀 대신 벌레가 인사합니다.
마치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이것은 주로 도미류 물고기에 기생하는 등각류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입니다.
https://youtu.be/RQF6V6Grqmo
이 벌레는 어릴 때 물고기 몸속에 숨어 살다가 때가 되면 혀를 갈고리 같은 일곱 쌍의 발로 괴사시켜 떨어져 나가게 한 뒤, 그 자리에 자신의 몸을 연결해 살아가는데요.
'물고기혓니'라고도 불리는 이 기생충은 자리를 잡고 일주일정도는 이동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정착을 한 후에는 이동이 불가하기 때문에 영양분을 제공해 주던 숙주가 죽으면 함께 죽게 됩니다.
물고기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기괴한 생김새와 달리 의외로 숙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혀를 자를 때 숙주가 고통을 느끼지 않고, 마치 본래의 혀처럼 움직일 수 있으며, 미각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엑시구아가 물고기에 정착을 하고 나면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고 하는데요.
엑시구아의 성별은 환경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번식 성공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정착한 엑시구아는 암컷이 되어 또 다른 엑시구아 수컷을 기다립니다.
새로 들어온 엑시구아는 수컷으로 변신하고, 기존에 혀에 붙어있던 암컷과 번식의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고 나면 수컷은 입천장에서 지내면서, 암컷이 번식을 하고 죽기를 기다리죠.
이윽고 암컷이 죽으면, 기존에 있던 수컷은 아래로 내려와 혀 자리를 냉큼 차지하는데요.
그리고는 수컷에서 암컷으로 변해, 또 다른 수컷이 들어오기를 기다립니다.
이는 혀를 놓고 서로 다투는 대신, 성전환 특징을 십분 활용해 서로 윈윈 하는 평화로운 방법이라 할 수 있죠.
기생충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생물종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기생생물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는 보통 이런 기생물을 현실에 안주해 진화를 포기하거나 퇴화된 한심한 존재로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은 이들도 숙주의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되기 때문에, 나름 노력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생 생물이 오히려 숙주의 외부 침입자를 막아줘
감염병이 확산되지 않게 해주는 등 숙주가 오례 살아남을수있도록,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유럽 개미에 관한 연구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가 더 젊고 래 살아남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 연구팀은 서유럽에 서식하는 개미 Temnothorax nylanderi와
이 개미의 장에 기생하는 조충류 Anomotaenia brevis 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가 감염되지 않은 개미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먹이사슬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생태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생충 감염이, 아토피, 치매 당뇨병과 류머티즘 관절염 등, 일부 질병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기도 한데요.
아예, 사람의 몸에 도움 되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기생 생물도 있습니다.
바로, 생명을 좀먹고 자라난 기괴한 버섯, 동충하초를 만드는 곰팡이가 그렇죠.
진시황제와 양귀비도 극찬한 동충하초는 면역력 향상은 물론, 정력강화와 노화방지, 항암 효과까지 있는데요.
때문에 동양에서는 인삼, 녹용과 더불어 3대 명약으로 꼽힐정도입니다.
요즘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현미나 귀리 등 다양한 작물에서 키워내기도 해 동충하초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는데요.
하지만 원래는 , 겨울에는 곤충이었지만 여름에는 약초가 된다는 의미로 이런 신비스러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죠.
가격도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요.
특히,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중국이나 네팔 고산지대에서 발견되는 박쥐나방 동충하초는 항암, 항산화, 성기능 증진효과가 탁월해 1킬로에 약 3,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호가될 정도입니다.
동충하초를 만드는 균은 이처럼 인간에게는 이로운 작용을 하지만, 사실 곤충들에게는 악마나 다름없는 끔찍한 존재들인데요.
균에게 몸을 침투당한 벌레들.
그들의 삶은 그 이후에 어떻게 변해갈까요?
우리는 보통 기생생물이 숙주의 몸에 침투하면 뇌까지 장악한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2017년 10월 연구에서 좀비개미곰팡이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3D와 딥러닝으로 재구성한 결과,
곰팡이가 개미의 뇌에는 침투하지 않고, 그 외의 온몸 근육을 장악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정신 나간 좀비가 아닌, 정신은 온전하지만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좀비였던 거죠.
그렇다면 곰팡이들은 개미를 어떻게 잠식할까요?
먼저 곰팡이들은 숙주의 머리와 복부, 다리 등 온몸의 근육을 둘러쌉니다.
그러고 나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물질을 교란시켜 움직임을 통제하죠.
그 후 곰팡이는 지상으로부터 25cm 떨어진 잎으로 개미를 이끕니다.
이 서식지에서 지상 25cm는 온도가 낮고 습도는 높아, 곰팡이가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죠.
그러고 나서 개미가 잎맥을 단단히 물게 하고는, 줄기가 머리를 뚫고 나와 이윽고 포자를 퍼트리죠.
이런 방법으로 곰팡이균은 또 다른 개미들을 계속해서 감염시킵니다.
하지만, 근육을 둘러쌌다고 하더라도 팔다리의 쿵작이 맞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텐데요.
곰팡이들은 어떻게 정교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걸까요?
이것의 비밀은 균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숨겨져 있습니다.
2023년 5월, 일본 교토대학교와 토호쿠대학교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전극을 버섯에 부착한 뒤 관찰한 결과, 처음에는 버섯의 전위가 낮았지만, 비가 오면 서로 인접한 버섯들의 전기 신호가 100밀리 볼트까지도 치솟았다고 합니다.
아직은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생물학자들 일부는 버섯이 전기신호를 통해 최소 오십 개의 단어로 대화하며, 의식이나 기억까지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 연구를 토대로 다시 좀비개미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보면, 곰팡이 세포들은 자기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잘 활용해 개미의 근육을 장악한 뒤, 좀 더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것입니다.
좀비를 만드는 생명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혐오감을 주는 달팽이 역시,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건데요.
이 흡충은 최종 숙주인 새의 몸에 기생하기 위해 달팽이를 1차 숙주로 삼아 좀비로 만듭니다.
새의 몸에 바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새가 벌레를 먹을 때 머리부터 쪼아 먹기 때문이죠.
달팽이는 이 흡충이 붙어있는 잎을 먹고 감염되는데요.
그러면 알을 깨고 나온 성충은 스포로 시스트기로 성장하고 내부에 수많은 셀카리아를 임신합니다.
그 후 셀카리아들이 성장하면, 스포로시스트기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와 달팽이의 눈으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달팽이의 눈은 비대해지고,
새가 좋아하는 녹색과 갈색 줄무늬를 교차하며 화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새로 하여금 먹음직스러운 애벌레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새가 발견하기 쉽게 신경을 교란시켜,
햇빛이 잘 비추는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새에게 눈만 뜯어 먹혔을 경우,
달팽이는 나머지 부분을 재생해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숙주의 몸에 꽁무니를 꽂고 산란하는
기생벌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인데요.
더 충격적인 일은 그 이후에 벌어집니다.
기생벌의 유충이 숙주의 몸속을 갉아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 때문이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기생벌이 산란할 때
숙주의 면역체계를 마비시키는 폴리드나 바이러스까지 함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들이 무사히 자라 성충이 되면 숙주를 뚫고 나와
번식의 희생양이 될 또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서게 되죠.
하지만 창이 있다면 방패가 있듯이 숙주도 그들과 맞서 싸울 방패가 있는데요.
그 방패도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입니다.
나방 애벌레에 PKF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이후 기생벌이 나방 애벌레에 알을 낳도록 했다.
기생벌 애벌레는 나방 애벌레 몸 안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방 애벌레의 혈액 성분 역시 기생벌 애벌레를 90% 이상 죽였다.
반면 나비, 나방 애벌레에서 PKF 유전자를 작동하지 못하게 하자 기생벌이 살아남았다.
APSE 파지바이러스를 가진 진딧물의 경우, 기생벌이 숙주의 몸에 알을 낳아도 이를 죽일 수 있는데요.
이는 해당 바이러스가 기존에 진딧물 몸속에 지니고 있던 공생 세균을 활성화시켜, 기생벌 알을 공격하게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유해하다 여기던 몸 속 미생물이 오히려 좋은 작용을 해주는 경우가 또 있는데요
지금 우리의 얼굴 위를 기어 다니고 있는 0.3mm 크기의 모낭충도 그렇습니다.
약 98%의 사람에게서 발견될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모낭충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낮동안 빛을 피해 모낭등에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활개를 칩니다.
그들은 마치 우렁각시처럼 밤 동안 피지와 노폐물, 각질조각을 먹고살며, 우리의 피부를 묵묵히 관리해 주죠.
그리고는 천적도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짝짓기를 해, 12시간 후 50개의 알을 낳는데요.
이 알들은 2주만 지나도 성충이 되기 때문에,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평소 모낭충은 피부 염증 억제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주는 등,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나 다름없는데요.
하지만, 청결을 게을리하거나 임신 등의 이유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과도하게 증식해 모공을 넓히고, 여드름과 탈모 등 갖가지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모낭충의 개채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약산성폼클렌저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좋은데요.
그 이유는 모낭충이 알칼리성물질을 먹고살기 때문입니다.
또 화장을 지울 땐 이중세안을 해
화장 찌꺼기가 얼굴에 남지 않게 하고
침구를 자주 세탁하거나 소독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오늘은 기묘한 기생생물에 관해 알아봤는데요.
기생생물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걸 보니, 괜스레 반성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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